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흥이 난다, 대포항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설악산 입구인 물치를 지나면 대포항에 다다른다. 푸르게 펼쳐지는 바다, 하얗게 이는 포말, 장난스런 갈매기들의 비행, 가슴까지 파고드는 바닷바람이 한 차례씩 지나갈 때마다 대포항은 생기를 더한다.
먹거리 여행지이자 관광항구로 잘 알려진 대포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활어난전이 생긴 곳이다. 깊어진 겨울, 새벽 어둠을 깨고 나온 상인들이 새벽 위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구입한 활어들이 전해지는 순간부터 대포항은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동안 바다와 함께 살아온 어민들의 터전인 대포항은 1966년에 대포리와 외옹치리, 내물치리가 합해져 대포동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항구 깊숙히 들어가 보면 좌측으로는 건어물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우측으로는 활어회를 파는 노점상들이 펄떡펄떡 거리는 싱싱한 활어들을 대야에 가득 넣어놓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추운 겨울이지만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대포항은 상인들과 횟감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흥정으로 소란스럽다. 싱싱한 활어를 고르고 나면 그 곳에서 바로 먹을 수 있어 아름다운 바다와 활기 넘치는 대포항에서 먹는 회맛은 횟집에서 먹는 회맛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싱싱한 야채에 횟감을 넣고 초고추장 듬뿍 얹혀 한 입 가득 넣어서 오물거리다 보면 온몸은 금새 바다향기로 가득해진다.
날렵한 솜씨로 재빠르게 횟감들을 손질하는 상인들의 얼굴은 차가운 바람에 꽁꽁 얼어있는 듯 보이지만 그들을 보면 있으면 추위는 절로 가신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손님들을 모으기 위해 소리는 지르는 상인들의 쉰 목소리, 모닥불 피어놓고 까칠까칠하게 얼어버린 까만 손을 녹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삶의 노래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은 바다를 닮은 넉넉함이 베어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고 정다운 사람들의 정이 느껴져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는 곳, 대포항은 한마디로 ‘흥(興)’이 나서 신나고 즐거운 곳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삶의 여유…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가 이처럼 넉넉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