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와 백도, 그리고 금오도
여수를 여행하려면 적어도 2박 3일의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배를 타고 거문도, 백도, 금오도에 들어가 보아야 왜 여수(麗水)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동도와 향일암에서 무르익는 봄을 만날 수 있다면 거문도와 백도에서는 발효된 봄을 음미할 수 있다.
여수에서 배로 2시간이 걸리는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등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라는 연도교로 이어진다. 거문도의 풍광은 화려하지 않지만 끊임없는 왜구의 침략을 받고, 1885년 고종 재위 시절에는 영국이 러시아의 남진을 위해 강제 점령했던 아픔의 역사를 견뎌온 남다른 정취가 묻어난다. 3~4월에는 단연 동백꽃길이 최고다. 해안선을 따라 거문도등대로 가는 길은 동백이 하늘을 가릴 정도의 터널을 이루어 거문도에 ‘동백섬’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게 했다.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30분쯤 배를 달리면 바다 위에 빚은 조각공원 같은 백도가 펼쳐진다. 섬이 100개에서 하나 모자라 ‘일백 백(百)’에서 한 획(一)을 빼고 보니 ‘백도(白島)’가 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실제 백도에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포함해 39개의 섬이 모여 있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일반 관광객들의 상륙을 금지하고 있으나, 백도의 비경은 선상관람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하지 않다. 매바위, 서방바위, 각시바위, 석불바위, 형제바위 등 재미난 사연들을 간직한 기암괴석들이 보는 위치에 따라 혹은 원근에 따라 형형색색 천태만상으로 변화의 조화를 부린다.
우리나라 최대의 감성돔 산란처이며 희귀조류 35종이 자생하는 동물의 낙원, 금오도는 다양한 해안 지형을 학습할 수 있는 섬으로, 씨 아치(sea arch)를 형성하는 코끼리바위와 코굴 같은 해식동과 더불어 어디서나 쉽게 해식애와 파식대 등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