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들꽃 트레킹 명소, 곰배령
인제군의 동쪽에는 설악산을 호위하는 준령들이 깊은 골, 맑은 물을 품고 서 있다. 그 중 가장 이색적인 지역은 국내에서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 중의 하나인 점봉산으로, 점봉산 남쪽의 곰배령은 울창한 숲에 희귀한 야생화가 자생해 들꽃 트레킹에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곰배령은 동쪽의 진동리 설피밭 주민들과 서쪽의 귀둔마을 주민들이 내왕하던 길목이면서 심마니와 약초꾼들이 이용하던 고갯길이었다. 진동리 삼거리에서 천연보호림 통제소를 지나면 계곡을 끼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이 나타난다. 가는 비 정도는 가볍게 막아줄 만큼 울창한 숲을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걸으면 양치식물인 관중이 군락을 이루어 쥬라기공원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간간이 식물도감에서 보았던 들꽃들에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어느새 드넓은 초원이 눈부신 정상이다.
앙증맞게 작고 어여쁘게 샛노란 미나리아재비, 화려한 자줏빛의 붓꽃, 매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생긴 보랏빛 매발톱꽃, 연분홍빛 수술이 쏟아질 듯 탐스러운 돌단풍, 장모의 사위사랑이 담긴 전설 때문에 재미난 이름이 붙은 사위질빵 등 초원 속에 숨어 있는 야생화들을 찾아내고 이름을 묻는 대화는 이 신비의 화원에서만 가능한 멋진 체험이다. 해발 1천164m의 곰배령 고갯마루를 무대로 펼쳐지는 들꽃의 향연은 5월부터 8월 말까지 이어진다.
곰배령을 포함한 점봉산 일대는 ‘식물자원의 보고’로 850~9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이 중 희귀ㆍ보호식물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 점봉산이 이런 자연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토양이 건강하고 지난300~400년 동안 산불이나 수해 같은 큰 위협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동리와 곰배령 인근의 숲은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나물 채취는 물론이고 출입도 통제된다. 국유림 기린경영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은 개인 탐방객만 들어갈 수 있고, 허가를 받지 않고 들어가면 과태료 50만원을 내야 한다.
곰배령 정상에는 장승 한 쌍이 서 있다. 오른쪽 길은 점봉산을 거쳐 백두대간과 연결되고, 왼쪽 길은 호랑이코빼기와 가칠봉을 거쳐 내린천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양쪽 다 현재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라 들어갈 수 없다.
곰배령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진동리에는 추대~설피밭을 잇는 장장 20km의 계곡이 흐르고 있다. 원시림 속에 희귀 동ㆍ식물들이 많이 서식하는 진동계곡 역시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여름이면 들꽃 향기가 계곡 곳곳에 스며 물마저도 향기롭다.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방동약수도 가까이 있다. 정상의 암석에 배를 매달아 대홍수의 피해를 막았다는 전설 때문에 ‘한국판 노아의 방주’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방태산의 주봉인 구룡덕봉과 주억봉 계곡을 활용한 휴양림은 열목어, 메기, 꺽지 등이 사는 청정수에 마당바위와 2단폭포, 정자 등이 어우러진 계곡이 이어지고, 녹음 짙은 숲에서는 꿩, 노루, 토끼 등이 살고 있어 휴식과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지로 그만이다. 휴양림에서 3km 거리에 있는 방동약수는 엄나무 아래 깊게 패인 암반 사이에서 나오는 약수가 탄산, 망간 등을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과 소화증진에 좋다고 전해진다. 약수터 자체는 작고 초라하지만 주변 숲이 울창해 잠시 들러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문의 : 국유림 기린경영팀(033-463-81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