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편리함 & 자연의 여유 거제도
경상남도의 남쪽 끝에 자리잡은 거제도는 천의 얼굴을 가진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고,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이라는 설명에서 연상되는 ‘번화한 관광도시’의 면모도 갖추고 있으면서, 서울 못지않게 풍요롭고 활기 넘치는가 하면, 때묻지 않은 농촌의 순박함도 갖고 있고, 이국적인 피서지의 역할도 해낸다. 원동력은 산업과 자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국내 굴지의 조선소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이 난대식물을 번창시켜 도시의 편리함과 자연의 여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을 완성한 것이다.
| 14번 국도 타고 남부 해안도로 드라이브│
거제여행의 백미는 380여km에 달하는 남부 해안도로 드라이브. 구불구불 바다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14번 국도를 달리면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자태를 감상하고, 한 구비 돌 때마다 만나는 모습 다른 포구와 해수욕장에 들러 여름이면 해수욕, 겨울이면 빈 바다 감상을 해보는 즐거움이 크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새롭게 선보여 시설이 뛰어난 박물관 및 전시관이 곳곳에 많아 계획 없이 길을 나서도 절대 지루하지가 않다. 한겨울과 바람 심한 날이 아니면 수시로 들어갈 수 있는 외도는 거제도 여행의 가장 큰 선물. 거제도의 남동과 남서를 잇는 장승포~홍포간 하이라이트를 모아본다.
날씨 맑은 날이면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는 장승포는 거제에서 가장 큰 항구. 동해로 넓게 열린 바다를 시원스럽게 품고 있어 경치가 좋고, 호수 같은 바다에 불 밝힌 거제문화예술회관의 야경이 특히 멋지다. 유람선과 여객선을 타는 곳이며 호텔 등 숙박시설이 풍부해 여행의 시작이나 끝 지점으로 잡기에 좋다.
장승포를 출발하여 지세포에 이르기 직전 만나는 거제어촌민속전시관은 거제의 아름다운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2층의 전시실은 체험의 바다, 부흥의 바다, 전통의 바다, 생활의 바다 등으로 구분되어 있고, 3D 시뮬레이터를 통해 환상적인 바다를 체험할 수도 있다. 세련되게 조성된 정원에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벤치를 놓는 등 현대적인 감각으로 건축해 2003년 문 열었다.
http://fishing.geoje.go.kr
| 신선대와 여차~홍포 구간 풍광이 압권 |
이어 달리는 길은 동백꽃이 유명한 해안 꽃길. 여름이면 무성한 잎만 남아 햇살에 반짝이지만 울창한 동백숲의 규모만 보아도 봄날의 정취가 어떠할지 상상이 된다. 줄줄이 이어지는 해수욕장과 포구는 서로 닮은 듯 다르게 개성적이다. 구조라해수욕장은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완만하며 수온도 적당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의 피서지로 좋고, 학동몽돌해수욕장은 거제의 상징과도 같은 조막만한 까만 몽돌이 길이 1.2km, 폭 50m 해변에 펼쳐져 있어 친구들과의 이색 여행에 적당하다. 귀여울 만큼 규모가 아담한 한목해수욕장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 연인들의 추억 만들기에 맞춤이다.
한목해수욕장에서 14번 국도보다 더 잘 닦인 지방도를 타고 계속 달리면 바람의 언덕, 신선대, 해금강테마박물관 등의 명소를 만날 수 있다.
도장포 유람선선착장 매표소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바람의 언덕’은 잔디로 이루어진 호리병 모양의 민둥산. 운동장처럼 넓고 평평한 언덕 너머로 푸른 바다가 시원스레 바라보인다.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이용되면서 유명해진 곳이지만 유명세만큼의 절경은 아니다. 거제의 손꼽히는 절경은 바람의 언덕 맞은편에 있는 신선대. 칼로 비스듬히 쳐낸 듯한 바위가 바닷가의 커다란 암벽위에 올려진 형상으로 다도해 풍경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범죄의 재구성(박신양이 돈 벌면 펜션 짓겠다면서 바라보는 장소) 등 영화와 드라마, CF 촬영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언덕 위의 신선대 전망대에 서면 다포도와 로 대소병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금강테마박물관은 신선대로 내려가는 길 바로 옆, 폐교된 분교에 조성된 것으로, 2층 건물에 한국 근현대사 생활자료와 유럽의 장식품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6월 20일~8월 30일에는 2007 거제 루미아트 페스티벌이 이곳에서 열린다. 박물관 외부에 루미나리에를 설치해 화려한 빛을 만들고 러시아무용단, 퓨전현악, 불꽃놀이 등의 이벤트를 펼친다. 여행객들에게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
www.hggmuseum.com
해안 드라이브의 마지막 코스는 여차~홍포 구간. 거제시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비포장으로 남겨두었다는 1018번 지방도 3.5km 구간은 크고 작은 언덕 몇 개를 넘는 내내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숲길이다. 얼핏얼핏 스쳐가던 한려해상의 진풍경이 홍포전망대에 이르면 완결판을 내보인다. 왼쪽으로는 대병대도, 가운데 앞쪽으로는 소병대도, 멀리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가 그림처럼 떠 있고, 그 사이에 등대섬의 등대가 자리잡았다. 한낮의 태양 아래서 또렷하게 빛나는 형상도 어여쁘고, 붉은 낙조에 물들어가는 모습도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