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곳 통영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를 통해 하룻동안 수많은 풍경을 보여주고,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생선들의 몸놀림처럼 활기 넘쳤던 통영에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면 선선한 저녁바람이 불어오면서 한낮의 뜨거운 삶의 열기는 잦아들어고 남해안의 중심부에 위치해 3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 통영은 42개의 유인도와 10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제일의 미항으로 손꼽히기도 하는 통영은 아름다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항구 곳곳마다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빼어난 절경으로 그 어느곳보다도 화려함을 자랑하는 통영. 그러나 통영이 진정 아름다운 이유는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름다운 통영, 그 곳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동쪽 관문으로 그 멋을 맘껏 뿜어내는 통영에 도착하니 이미 정오가 지나 있었다. 남망산공원에 올라가 통영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니 과연 그동안 숱하게 들어온 통영의 수식어인 ‘동양의 나폴리’라는 말이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치 낯선 이국땅을 밟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멀리 바다를 뒤로하고 낮은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황빛 지붕의 집들-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지만 새마을운동 즈음에 한꺼번에 많은 집들의 지붕이 같은 색으로 교체된 것이라고 주민이 설명한다-과 통영대교 아래로 유유히 지나가는 여객선이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취재팀이 통영을 찾았을 때는 통영의 큰 축제인 한산대첩축제 제40회 기념행사로 더욱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객선터미널을 중심으로 항남동 일대는 오가는 사람들의 몸놀림이 분주해 보였고 유난히 통영을 찾은 관광객들이 많은 듯 했다. 통영 하면 무엇보다도 청정해역으로 알려져있는데, 이곳에서 나온 생선과 해산물은 전국에서도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어 땀으로 얼룩진 어부들의 빛나는 어깨, 다 같이 어울려 통발을 꿰는 사람들, 출항을 위해 어선을 정비하는 사람들. 항구 곳곳에서 만난 그들의 얼굴은 모두 까맣게 그을어 있었지만, 건강미가 넘쳐흘렀다.
┃신이 빚어놓은 듯한 절경과 통영의 명소┃
통영 구석구석을 돌아다보면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통영 출신의 문인이나 예술가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멀리 바다에서는 한산도와 매물도, 외도 등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사철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여수-부산간 내항로의 요지로 사용되는 통영운하와 통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망산공원,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진 산양일주도로, 해저터널, 용화사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빼어난 절경과 문화 유적지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통영을 한 눈에 굽어보고 싶다면 남망산공원으로 향해보자! 통영항을 끼고 있는 남망산공원에 올라서면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가슴 속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다시 시내로 내려와 충렬사를 지나 통영대교를 건너자 통영대교 밑으로 1932년에 만들어졌다는 해저터널이 우리를 반긴다. 해저터널 속을 걸어가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걷는 동안 바닷속을 걷고 있다는 야릇한 느낌이 기억에 남을 만하다. 이밖에도 통영은 전통의 멋과 예술혼이 살아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나전칠기박물관과 통영오광대놀이 전수관을 둘러 보는 것도 좋고 청마문학관에서 옛 시인의 서정에 동화되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통영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하나. 바로 산양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이다. 주변의 가로수와 동백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 드라이브의 멋을 더하는 산양일주도로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을 조망할 수 있어 국내 최고의 드라이브 명소로 꼽힌다.
통영를 돌아봤다면 이색여행지로 발길을 돌려보자. 경남 고성군 하이면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상족암군립공원은 공룡들의 발자국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거대한 모형 공룡이 바다를 향해 울부짓는 듯한 느낌이 영화 ‘쥬라기공원’의 한 장면 같다.
┃서호시장의 활기찬 새벽 풍경┃
“광어랑 놀래미 좀 사가이소! 싱싱함니더∼”
경상도 사람들의 투박하면서도 정겨움이 묻어나는 서호시장의 아침은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인 새벽 4시경부터 상인들의 힘찬 외침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외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서호시장은 새벽에 찾아야 제맛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생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이곳은 이른 새벽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해 하루종일 활기가 넘친다.
서호시장 새벽을 둘러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서둘러 눈을 떴다. 시장쪽으로 가기 위해 통영대교에 이르자 은은한 조명이 어둠을 밝히며 시원한 새벽 공기를 가른다. 통영의 새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위해 멀리서 불밝히는 통영대교의 아름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꼭두새벽부터 경매를 통해 가져온 갖가지 어종들을 큰 바구니에 넣고 바다에서 끌어오는 바닷물로 바구니를 가득 메운다. 싱싱한 횟감이나 매운탕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에 나온 주부도 보이고 새벽장을 구경나온 관광객들도 볼 수 있다.
새벽일에 지친 상인들의 곤함을 없애는 건 따뜻한 모닝커피 한 잔! 서호시장에서만 20년을 일했다는 커피 장사 아주머니가 시장을 한 바퀴, 두 바퀴 돌 때면 상인들은 서로의 등을 다독거리듯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밀며 환히 웃는다.
걸출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시장을 가득 메우고 멀리서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이 하늘을 메울 때쯤이면 시장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어 간다. 팔딱팔딱 뛰는 생선들이 힘차게 물장구를 치고 여기저기서 손님을 끌고자 외치는 상인들에게서 왠지 모를 정겨움이 생겨난다.
통영을 얘기할 때 서호시장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구수한 사투리와 웃음소리가 섞인 서호시장을 구경하고 나서야 통영의 참된 향토내음과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릿한 바다 내음 속에 섞여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들의 삶에서 묻어나는 진한 향기. 그것이 바로 통영이 지닌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