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소록도, 드라이브의 명소 거금도

나로도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녹동항으로 달리는 길은 춘몽(春夢)과 같다. 길이 땅을 지날 때는 발목까지 자란 파란 이파리들이 살랑거리고, 물을 지날 때는 아지랑이 같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온기가 출렁거린다. 몇 번이나 차를 멈추고 얼얼한 봄기운에 마음을 녹이게 된다.

소록도와 거금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녹동항은 지금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06년에 벌교-고흥-녹동을 잇는 27번 국도 4차로가 개통되고, 2007년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연륙교가 완공되면 이곳은 남해안의 해상교통 요충지로 거듭날 것이다. 신항 건설로 제주도와 거문도, 백도를 오가는 카페리호가 취항함에 따라 이미 한 차례 대변신을 마친 녹동항의 미래는 나로도의 청사진처럼 크고 화려하다. ‘녹동 바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5월이면 싱싱한 활어와 함께 감칠맛 나는 녹동항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녹동항 부둣가에 서면 600m 전방에 작은 사슴처럼 아름다운 섬 소록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녹동항에서 소록도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15분 간격으로 선박이 운항된다. 이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갈 수 있지만, 섬에 도착하면 소록도병원 입구부터는 도보 관람만 가능하므로 왕복 1만2천원의 자동차 도선료는 의미가 없어진다.

둘레 14km의 작은 섬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이지만 현재는 900여 명의 환자들이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 섬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5배인 15만 평에 불과하지만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절경, 역사적 기념물 등으로 인해 고흥군의 또 다른 명소가 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지역은 중앙공원과 해수욕장, 마을이나 병원은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중앙공원 입구에는 일제 때의 원장이 한센병 환자들을 불법 감금하고 출감하는 날에 강제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다. 소록도병원의 역사와 환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가 전시된 생활자료관에서는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편백나무와 배롱나무가 잘 가꾸어진 공원 내에는 나환자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소록도의 슈바이처라 일컬어지는 하나이젠키치 원장의 창덕비,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탑 등 환자들의 애환과 박애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념물들이 세워져 있다. 수심이 깊지 않고 물이 맑은 소록도해수욕장은 울창한 송림과 백사장이 잘 어우러져 있어 잠깐 쉬어가기에 적합하다. 섬 내에서는 숙박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저녁 6시 이전에 육지로 돌아와야 한다.

녹동항에서 20여 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거금도는 면적 62.08㎢, 인구 4천720명이 살고 있는 섬으로, 54㎞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할 수 있도록 도로를 만들어 놓아 시원스러운 남해를 품에 안고 남도의 자연을 감상하기에 좋다. 거금도에서 가장 수려한 경치로 꼽히는 익금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며 주변에 송림이 잘 조성되어 있어 가족단위 여름 피서지로 인기다. 청정해역에서의 바다낚시도 거금도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