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아름다운 선운사와 고창 명소들

내장산의 서쪽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고창군에서 제일가는 관광지는 선운사로 대표되는 선운산도립공원이다. 봄의 동백과 벚꽃, 여름 계곡, 9월의 꽃무릇과 11월 단풍, 겨울 설산 등 사계절 어느 때나 아름다운 비경을 뽐내 국내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다는 선운산도립공원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을 지닌 천년 고찰 선운사 주위로 한때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寮舍)가 산중 곳곳에 흩어져 있던 불국토였다.

꽃무릇 때가 지난 가을의 선운사는 단풍 코스도 꽤나 유명하다. 선운산 진입로에서부터 관리사무소를 지나 선운사, 도솔암에 이르는 이 단풍 길은 경사가 완만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한적한 산길에 좁게 줄지어 선 나무들이 떨궈낸 낙엽들을 소복소복 밟으며 감상하는 기분이 남다르고, 도솔암까지는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전라북도 고창은 선운사도 좋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군락과 고창읍성, 봄의 청보리밭과 유채, 가을 메밀밭 단지로 유명한 학원관광농원, 미당 서정주의 생가와 그의 시 정신을 기린 미당시문학관, 동학농민운동의 주도자였던 전봉준 생가 등도 둘러볼 만하다. 이 부근에서 유일하게 온천수가 나는 석정온천은 건물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 내년에나 새로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데, 본탕 주변의 숙박업소에서 아쉬운 대로 온천목욕을 즐길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물게 약 1.8km 반경에 걸쳐 1천여 개가 넘는 고인돌이 집중되어 있는 고창읍에서는 산과 들에 큼직큼직하게 자리 잡은 고인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위에 얹는 돌이 크고 넓은 남방식 고인돌이지만 도산리의 한 마을에 가면 북방식 고인돌도 볼 수 있다.

고창읍성은 ‘모양성’이라고도 불리는데 조선 단종 때 왜구의 침략에 맞서 방어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산비탈을 따라 약 1.7km 정도 둘러쳐진 성곽 위를 빙 걸어 도는 데는 20분 정도가 걸린다. 고창읍은 매년 음력 9월 9일에 열리는 모양성제 때 이 성곽을 밟는 ‘답성놀이’ 행사를 펼치는데, 여자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이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창읍성 매표소 바로 앞에는 올 4월 개관한 고창판소리박물관과, 판소리 여섯 마당의 체계를 세운 신재효의 고택이 나란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