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왕 장보고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

완도를 대표하는 인물인 장보고(790∼846년)는 TV 드라마 ‘해신’으로 인해 다시 조명 받게 되었고, 드라마 촬영지인 완도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장보고는 통일신라시대 해로 요충지였던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해적을 소탕함으로써 당나라와 일본은 물론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해상 질서를 주도하며 왕성한 해상무역활동을 펼쳤던 ‘해상왕’. 역사에는 ‘모반을 꿈꾸었던 반역자’로 기록되어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세계인으로 재해석되어 그려진다.

완도의 ‘해신’ 세트장은 동부대로(13번 국도)의 불목리와 서부대로(77번 국도)의 소세포 두 곳에 설치되어 있다. 불목리(신라방)는 중국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으로 중국 사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기와 등 자재를 가져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영구보존을 위해 플라스틱이 아닌 목자재를 사용했고, 세트장으로는 드물게 완성도가 높다. 소세포(청해포구)는 1만6천여 평의 부지에 부두와 선박,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바다 멀리에는 보길도 등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완도읍 장좌리 건너편에 위치한 부속섬 장도에는 장보고가 본영으로 설치했던 청해진 유적지(국가사적 308호)가 있어 고대 망루와 판측토성, 우물 등을 볼 수 있다. 장도는 하루에 두 번씩 썰물 때면 170m의 자갈길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완도읍 본섬에는 청환석이란 갯돌이 아홉 계단을 이루고 있다 해서 구계등으로 불리는 해변, 각종 어류 박제와 조개류, 희귀 산호 등을 전시한 어촌민속전시관 등을 들러볼 만하다.

┃저마다 다른 매력 보길도, 청산도, 신지도┃

201개의 섬으로 이뤄진 푸른 섬 완도는 대부분의 지역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배를 타고 섬여행을 떠나는 운치가 빼어나다. 완도항만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동백과 몽돌해변으로 유명한 고산 윤선도의 적거지 보길도,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 청산도 등에 들어갈 수 있고,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는 신지도는 지난해 12월 13일 개통된 신지대교를 타고 낭만적인 드라이브를 즐기며 다녀올 수 있다.

파도가 모래에 씻겨 울리는 소리가 십리 밖에까지 들린다는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폭 150m, 길이 4km에 달하는 광활한 은빛 백사장이 압권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아이들의 물놀이에 좋고, 뜨겁고 부드러운 모래로 하는 모래찜질은 노인들의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주변의 갯바위는 돔과 농어, 광어 등 어족자원이 풍부해 낚시터로도 인기가 높다.

청산도는 이름 그대로 푸른 섬이다. 산도 들판도 바다도 모두 파래서 옛 사람들은 청산여수(靑山麗水)라 불렀다고 한다. 영화 ‘서편제’의 배경이 된 당리마을은 유봉 일가가 황톳길을 내려오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촬영된 곳으로, 지금은 구불대는 황톳길 대신 시멘트로 포장된 멋없는 길이 하얗게 드러나 있지만, 겹겹이 쌓인 구들장논 너머로 파란 바다가 펼쳐지는 풍광은 변함없이 아름답다. 청산도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말 먹기도 힘들다고 할 정도로 돌이 많아 농사짓기가 수월치 않았던 땅을 섬사람들이 산을 깎고 돌을 깔고 다시 흙을 덮어 구들장논으로 만들어낸 것이 지금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청산도의 매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금은 TV 드라마 ‘봄의 왈츠’를 위한 세트장이 동화 속 그림처럼 파스텔 톤으로 지어져 또 다른 영상미를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