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초입에서 만나는 신라의 시작과 끝

천년고도’라 불리는 경주는 곳곳에 신라 유물 유적이 가득해 찾아볼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경주나들목에서 동해 감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달리면 신라인들의 풍류가 살아 있는 포석정, 안압지,

신라 천년의 역사는 남산에서 시작되어 남산에서 막을 내렸다’는 말 그대로 경주 남산에는 신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났다고 알려진 나정과 신라의 마지막을 안은 채 쓸쓸함을 간직한 포석정이 그곳이다. 하지만 이 시작과 끝의 현재 모습은 정반대로 남아 있다.
하늘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비출 때 백마가 우물 옆에 놓고 간 알에서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태어났다는 탄생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나정은 사적 제245호로 지정되어 있지만 현재는 관리 소홀로 처음 발굴 당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풀이 무성하게 자라 올라 화려한 신라 문화가 시작된 곳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반면 화려한 신라문화의 비참한 최후를 기억하고 있는 포석정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신라왕실에서 제사를 지내고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지금은 정자 등의 건물이 모두 없어지고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워 술잔이 자기 앞에 올 때 시를 한 수 읊는 놀이를 하던 포석정만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라 헌강왕 때 화려한 ‘어무산신무(御舞山神舞)’를 만들어지기도 한 이곳은 신라의 멸망을 앞둔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의 습격을 받아 자살한 곳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화려한 오색으로 물든 낙엽이 가득한 포석정에는 신라의 화려함보다는 쇄락해가던 신라왕조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7번국도 따라 천년고도의 멋이 펼쳐지고

경주 시내를 남북으로 가르는 7번국도에는 경주를 대표하는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안압지, 국립경주박물관 등 경주를 대표하는 유적들이 많다. 경주에 산재해 있는 고분군 중 가장 큰 규모인 대릉원도 7번국도변에 있다. 대릉원 고분군 중 유일하게 공개하고 있는 천마총을 비롯해 미추왕릉, 황남대총 등 23기의 고분이 있는 이곳은 고분도 고분이지만 고분들 사이로 조성된 다양한 산책로가 정취를 더한다. 대릉원을 나와 첨성대를 지나면 울창한 느티나무와 왕버드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계림을 만나게 된다. 경주김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신라 건국 초부터 있던 숲으로 2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수많은 가지와 잎새, 둥치들에서는 신성스러움까지 느껴진다. 계림 서쪽으로는 내물왕릉이 자리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너른 잔디밭 사이로 봉긋 솟아오른 능들이 원경의 산자락과 어울려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능의 능선과 원경의 산자락의 어울림을 방해하지 않는 나지막한 경주의 건물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계림을 나와 반월성을 따라 조금 걸으면 신라 문무왕 때 지어진 임해전지(안압지)를 만나게 된다. 어스름하게 어둠이 깔릴 무렵 색색의 조명으로 붉을 밝히는 안압지의 야경은 달빛과 별빛, 그리고 수면에 반사되는 조명이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사위가 조용한 이 장면은 카메라에 담는 것보다 눈으로 찍고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 더 감동적이다.

아는 사람만 찾는 경주의 숨은 비경

경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불국사 석굴암의 일출을 최고의 비경으로 꼽지만 경주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감포 바닷가 문무대왕릉에서 맞이하는 일출이 최고의 비경이다. 감포는 경주 시내에서 4번국도를 따라 20분 정도 드라이브하면 만날 수 있는 바닷가로, 감포항보다는 문무대왕수중릉에서 맞이하는 해돋이가 장관이다.

추령터널을 지나 양북면 어일삼거리에서 929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죽어서도 신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바다에 잠든 문무대왕의 붉고 강렬한 열망을 닮은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문무대왕릉은 용으로 환생한 문무대왕이 쉴 수 있도록 바닥이 뚫린 독특한 구조로 지었다는 감은사지와 삼층석탑과 함께 경주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드라이브코스다. 현재 감은사지삼층석탑은 보수에 들어가 그 온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조금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감포 바닷길을 드라이브 한 후 경주 시내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14번국도를 타고 골굴암과 기림사에 들르면 여행의 마무리를 한결 편하게 할 수 있다. 골굴암은 주차장에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깊은 산 속에 들어선 듯한 풍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석회암에 12개의 석굴이 있으며 제일 높은 곳에는 돋을새김으로 새긴 보물 581호인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풍화작용으로 무릎 아래와 대좌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광배의 불꽃무늬와 어깨 등 곳곳에 마멸이 심하지만 부피감 있는 얼굴, 잔잔한 미소, 긴 코 등은 신라 불상의 특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마애여래좌상 옆 골굴암으로 가기 위해서는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작은 석굴을 빠져나가야 하는 재미도 숨겨져 있다.

기림사에는 옛날부터 차를 끓이기 가장 좋다는 감로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는 화정수, 장군처럼 힘이 좋아진다는 장군수, 눈이 좋아진다는 명안수, 물빛이 아름다워 까마귀가 쪼았다는 오탁수 등 오정수가 있다고 한다. 현재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곳은 천왕문 지나자마자 만나는 오탁수 뿐이지만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한 경주 여행을 마무리하는 데는 담백한 멋이 있는 기림사에서 맛보는 오탁수 한 모금으로도 충분하다.

맛 찾아가는 길

옥천식육식당 _ 경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번국도 북쪽 양동민속마을 옆에 안강읍에는 돼지고기김치찌개가 아닌 돼지찌개로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식당이 있다. 안강농협을 지나 초등학교 앞에 있는 이 식당의 인기메뉴는 돼지찌개. 소찌개도 있지만 사람들은 돼지찌개를 더 많이 찾는다.

돼지 목살을 두툼하게 썰어 고추가루와 마늘, 대파 등의 양념과 함께 깊은 프라이팬에 넣고 볶다가 육수를 붓고 팔팔 끓여 국물이 자근자근해질 때 먹으면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1인분씩 추가는 안 되기 때문에 둘이 갔다면 3인분을 시키는 것이 좋다. 돼지찌개 1인분 4천 원(공기밥 1천 원).

☎ 054-761-2154

멋 찾아 가는 길

신라밀레니엄파크 _ 신라 밀레니엄파크는 17만9천339.00m²(5만4천250여 평)부지에 ‘서라벌’을 연출한 공간으로 2007년 3월 오픈과 동시에 보문관광단지의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민속촌과 놀이공원의 장점만을 모아 전통숙박시설인 라궁을 비롯해 역사와 영광, 도전과 모험, 문예체험마을, 천년고도, 화랑도랑 그리고 밀레니엄 게이트 등 7개의 지역으로 구분돼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2만 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지만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4개의 대규모 공연과 2개의 소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고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공방이 가득해 가족이 함께 하루를 보내기에 부족함 없다.

www.shillamillenniumpark.com.

☎054-778-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