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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그린 위에 텐트를 세우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야말로 깨끗하게 잘 정돈된 골프장 그린 위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해보고 싶다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허투루 있는 것은 아닌가싶게도 그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골프장에 텐트를 치고 골프를 즐기며 캠핑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생겼다. 단 한 번의 기회가 아닌 언제든 가능한 꿈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가족과 따로 떨어져 즐겨야 했던 골프가 늘 가족이 함께 하는 캠핑을 만났다.
계절이 기울어도 변하지 않는 초록색 잔디 위로 하얀 공이 굴러간다.
계절이 영하로 기울면 텐트 속 온도는 영상으로 올라간다.
향긋한 참나무의 온기를 머금은 텐트에 골프채를 기대어 두고
캠퍼, 골퍼를 꿈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골프가 고급 스포츠에 속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그리 접근하기 힘든 고급 스포츠라기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군 중 하나에 속해 있다. 잘 가꿔진 자연 속에서 공을 멀리 날리고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어가는 경기 방식을 가진 골프는 거칠지 않고 조용한 이미지 덕분에 품격과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중요시하는 경기로 자리잡았다. 이런 골프의 매력은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중화되어 사랑받고 있는데 이런 특징들은 묘하게도 캠핑과 닮아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고급 레저라고 생각되던 캠핑이 이제는 원래의 성격을 찾아 완전히 대중화된 것처럼 누구나 즐기던 놀이가 품격 높은 고급 이미지를 덧입어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원래 모습을 찾아가며 대중화되어 가는 것이 바로 골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골프는 캠핑보다 두세 단계 위에 있는 고급 스포츠이고 둘이 하나로 어우러지기엔 이질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골프장 그린 위에서 캠핑하는 것을 꿈으로만 남겨두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그는 골프와 캠핑을 한번에 해보려고 한다.
골프는 원래 대중 스포츠다
골프Golf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태어났지만 상류층에게로 유입되면서 품격을 중요시하는 스포츠로 발전되었다. 골프는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양을 기르던 목동들이 끝이 구부러진 나뭇가지로 작은 돌을 날리는 민속놀이가 구기로 발전했다는 설과 기원전 네덜란드에서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즐겨 하던 ‘콜프Kolf’라는 경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 지금의 크리켓이나 아이스하키와 비슷한 네덜란드의 콜벤이라는 구기가 14세기 경 스코틀랜드로 전해지면서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이 중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스코틀랜드 기원설로 스코틀랜드어 중 '치다'라는 의미의 ‘고프Gouft’에서 유래된 대중적인 놀이가 귀족계급으로 전파되면서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5세기 스코틀랜드에서는 골프가 이른바 대세의 반열에 오르며 인기를 끌면서 이 놀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의 균형이 깨질 지경에 이르자 정부에서 칙령으로 전면 금지시키거나 안식일에는 경기를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골프 금지령이 이어지는 동안 왕을 비롯한 귀족계급들만 할 수 있는 특권층의 놀이문화라는 이미지를 덧입게 되면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골프=고급 스포츠' 공식이 완성된다. 하지만 골프는 16세기 이후에는 신분을 불문하는 스포츠로 발전되면서 잉글랜드로 전해지면서 대중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품격을 갖추고 즐기는 게임이라는 의미로 ‘Royal and Ancient Game’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린 위에 펼쳐진 꿈같은 캠핑 풍경
설레는 마음으로 캠프장, 골프장에 도착한다. 서울을 출발해 2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그린 위에 텐트를 펴고 그 텐트를 배경으로 티샷을 하고 퍼팅을 하는 상상을 하며 즐거움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상상을 몸으로 체험해볼 시간이다. 태안과 작은 하천을 하나 두고 붙어 있는 서산의 끝자락에 자리한 삼원레저타운은 파3 9홀을 가진 골프장으로 큰 규모의 골프장은 아니지만 골프를 정식으로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레저타운이라는 이름처럼 골프는 물론 승마를 체험할 수도 있고 지난해부터는 잔디밭 캠프장에서 캠핑을 할 수도 있는 명소다. 이곳이 여느 캠프장들과 다른 것은 바로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지만 더 특별한 것은 그 골프장에서 캠핑을 하며 골프를 즐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린 위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캠핑 사이트보다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호사를 위한 투자에 비하면 비용의 압박은 소소하기만 하다.
Let's Play
텐트를 설치하고 둘러보니 여느 캠프장들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똑같이 사람에 의해 조성되었지만 캠프장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자유분방함마저 스스로 절제하게 만드는 고급스러움도 함께 묻어난다. 이런 곳에서의 캠핑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늘 해오던 캠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해온 캠핑을 돌아보니 어쩌면 골프라는 스포츠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Tee Shot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골프에서 각 홀은 티샷으로 시작되는데 파3홀이라 함은 티샷 후 2번만에 홀컵에 공을 넣을 수 있는 홀을 말한다. 홀의 구조와 길이에 따라 티샷한 공이 홀컵으로 바로 들어가는 홀인원을 기록할 수도 있다. 홀인원은 많은 골퍼들이 꿈꾸는 것 중 하나인데 이곳에서는 그 짜릿한 기분을 느껴볼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대형 골프클럽에서 제공하는 홀인원 기념 선물 같은 것들은 기대하지 말자.
Bunker Shot 난관을 넘어서는 법
골프 코스에는 아름다운 잔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웅덩이도 있고 때로는 깊은 모래구덩이라는 난관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벙커Bunker에 빠졌을 때 샌드웨지Sand Wedge라는 변형된 아이언 클럽을 이용해 잔디에 비해 저항력이 큰 모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턱대고 공만 빼내려고 하면 타수를 늘이게 될 뿐 공은 그 자리를 빠져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샌드웨지라는 전용 클럽이 있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퍼올리는 느낌으로 힘껏 스윙해야 난관을 넘어설 수 있다. 벙커샷은 스윙 동작이 크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한 과정이다.
Putting 집중력과 거리감에 익숙해질 것
한 유명한 골프 선수는 ‘드라이버는 쇼Show, 퍼팅Putting은 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멋있어 보이는 것이 첫 티샷이지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은 조용하지만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는 퍼팅이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골프에서 가장 많은 연습을 하는 과정이 바로 이 퍼팅인데 기본 4m 거리의 퍼팅을 반복 연습하게 된다. 자신의 위치와 홀컵의 거리를 잘 파악해 조절할 줄 알고 그린의 굴국을 잘 읽어야 성공적인 퍼팅을 할 수 있다.
Golf Camping Spot
Par3 9Hole Campground 서산 삼원레저타운 오토캠프장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이색 캠핑을 할 수 있는 캠프장이 2013년 문을 열었다. 충청남도 서산과 태안의 경계에 자리한 삼원레저타운은 원래 캠프장이 아니라 파3 9홀을 갖춘 골프장이었다. 하지만 골프를 즐기는 일부 사람들만 찾으면서 큰 부지와 시설에 비해 활용도가 높지 않아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로 캠프장을 조성하고 승마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서 그야말로 레저타운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장소로 변화되었다. 클럽하우스에는 샤워실과 수세식화장실은 물론 카페와 식당, 매점 등을 잘 갖추고 있고 웨딩홀도 운영하고 있어 캠핑과 함께하는 색다른 이벤트를 계획한다면 안성맞춤인 곳이라 하겠다. 라운딩은 9홀을 2바퀴 도는 것으로 18홀을 구성하는데 3만5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캠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3만 원으로 할인혜택도 있다.
주소 충남 서산시 팔봉면 진장서낭골길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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