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되어 문경새재 넘고 청풍문화재단지
월악산국립공원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문경새재도 가을이 끝나기 전에 걸어봐야 할 명소다. 낙동강과 남한강을 이어주는 고갯길 가운데 가장 큰 고개로 명성을 날리던 새재(642m)는 영남에서 거둬들인 세곡이나 대궐에 바칠 진상품은 물론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를 보러 나선 영남의 선비들도 넘었던 길. 1970년대 중반에 복원할 때 도로를 비포장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지금도 옛 시절의 운치를 느껴볼 수 있다.
제1관문인 주흘관, 제2관문인 조곡관, 제3관문인 조령관, 경상감사가 직인을 주고받았던 교구정터, 객사가 있던 조령 원터 등을 살펴보며 걷는 맛은 어느 산길에서도 만날 수 없는 흥미를 준다. 괴나리봇짐 지고 먼 길을 가던 옛 나그네들처럼 조선시대 돌비석에 기대 쉬면서, 조령약수로 목을 축이면서, 성벽에 올라보면 첩첩이 넘실대는 산물결이 정겹게 안아준다.
문경새재는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태조 왕건’의 오픈 세트가 마련된 이후 국내 최대의 사극 야외촬영장소로 변신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기도 하다. 오늘도 고려의 병사, 백성, 장사꾼 등의 옛 복장을 한 엑스트라들과 관광객들이 왕궁과 민가를 배경으로 뒤섞여 북적대고 있다. 문경새재 매표소 앞에는 ‘길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경새재박물관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문경새재에서 북쪽으로 차를 돌려 3번, 36번 국도와 82번 지방도를 달리면 충주호를 건너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으로 들어서게 된다. 충주호가 굽어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한 문화재들을 모아 놓은 곳. 8만5천 평의 부지위에 보물 2점(한벽루, 석조여래입상), 지방유형문화재 9점(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 4동) 등이 원형대로 복원되어 작은 민속촌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SBS 대하드라마 ‘대망’의 세트장이 문화재단지 바로 아래에 조성되어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문화재단지에서 청풍대교를 건너 좌회전해 청풍면 교리로 들어가면 번지점프, 자이언트스윙, 번지라이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번지점프장과 수상항공기, 수상레저 시설을 갖춘 청풍랜드, 호텔, 펜션, 춤의 달인 공옥진 씨가 공연하면서 유명해진 작은 골산 금월봉 등이 모여 있어 충주호에서의 휴양과 레저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문경새재박물관(☎ 054-572-4000, www.mgsj.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