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낙엽을 밟으러 광릉 숲에 가자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역사가 오랜 천연 숲이며 ‘한국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손꼽히는 광릉 숲의 일부다. 서울 근교에 어찌 이리 깊은 자연의 숨구멍이 있었나 싶게, 고색창연한 고목들이 무리지어 뿜어내는 정취가 여간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역사가 오랜 천연 숲이며 ‘한국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손꼽히는 광릉 숲의 일부다. 서울 근교에 어찌 이리 깊은 자연의 숨구멍이 있었나 싶게, 고색창연한 고목들이 무리지어 뿜어내는 정취가 여간 멋스럽지 않다.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이 자라는 이 생명의 땅에서는 단풍도 더욱 붉고 노랗게 물들어 하늘을 압도해버린다.
┃자연 그대로 보존된 경기도의 숨구멍┃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1999년 5월 산림청 국립수목원으로 새롭게 개원하기 전까지 ‘광릉수목원’이라 불렸던 국내 최고의 관광 녹지다. 서울 근교에 어찌 이리 깊은 자연의 숨구멍이 있었나 싶게, 고색창연한 고목들이 무리지어 뿜어내는 정취가 여간 멋스럽지 않다.
국립수목원이 이렇듯 울창한 자연의 숲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데는 가까이 있는 광릉(光陵)의 덕이 크다. 광릉은 경기도 남양주시와 포천시 경계에 있는 조선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능으로, 1468년 이 일대가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되면서 광릉 숲은 수백 년간 엄격히 보호되고 관리될 수 있었다. 일제의 강제합병 직후 광릉 숲에서 수십 만 그루의 아름드리 고목들이 베어지고 임업시험림으로 만들어진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으나, 그렇게 도려내어진 숲이 차근히 복원되어 산림청 소속 임업연구원의 시험림으로 관리되었고, 1987년 그 일부가 국내 자생식물종의 현지 외 보존과 산림에 대한 자연학습교육 및 대국민 계도를 목적으로 수목원으로 개발되었다.
┃작은 광릉 숲, 국립수목원┃
광릉 숲 가운데 총 1천118헥타르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국립수목원은 ‘작은 광릉 숲’이라 불러주기에 손색없다. 산림청은 광릉 숲에 광릉골무꽃, 광릉물푸레 등 광릉 특산 14종을 포함한 796종의 자생식물과 크낙새, 장수하늘소 등 20종의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수류 29종, 조류 157종, 곤충 2천349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한다는 크낙새는 20여 년 전부터 눈에 띄지 않아 멸종이 거론되고 있지만, 광릉 숲은 여전히 국내 웬만한 곳에서 자취를 찾기 어려운 희귀 생명들을 키워내고 있는 ‘한국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자연을 체험하는 데 계절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수목원의 사계 중 가장 아름답고 운치가 나는 것은 역시 가을이다. 9월 초가을의 수목원은 도토리거위벌레들의 강한 입질에 아직 시퍼런 색으로 떨어져 내린 갈참나무 잎들이 산책로마다 무성히 깔려 낙엽 밟는 기분을 주고, 흔히 ‘마로니에’라 불리는 칠엽수가 재빨리 밤톨 같은 갈색 열매를 맺고 있었다. 10월의 수목원은 무서운 속도로 물들어 거목들의 노랗고 빨간 빛이 하늘까지 뒤덮어 버릴 것이다.
┃크낙새, 장수하늘소 등이 자라는 천연 숲 ┃
국립수목원은 15가지 테마를 지닌 100헥타르의 전문수목원과 1천헥타르 이상의 천연수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목의 특징이나 용도, 기능에 따라 분류해놓은 전문수목원은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외국수목원, 고산식물원, 만목원, 관상수원, 화목원, 습지식물원, 수생식물원, 약용식물원, 식용식물원, 지피식물원, 그리고 맹인들을 위한 ‘손으로 보는 식물원’과 대형 온실에 들어선 난대수목원이다.
나무 한 그루, 군데군데 피어난 무리 꽃들에도 제각기 이름표를 붙여 일반인은 물론 식물 전공학생들과 전문가들에게도 유용한 현장학습 장소로 활용된다. 식재 종류도 무척 방대해 목본식물 1천863종, 초본식물 1천481종 등 모두 3천344가지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국립수목원이 또한 남다른 것은 나무들의 어마어마한 키와 품, 힘줄 같이 굵은 나뭇결과 색채 등에서 광릉 숲의 큰 역사를 느끼고 그 앞에 경외감을 갖게 만든다는 데 있다. ‘도심 공원에서 허리 높이로나 보던 화살나무며 느릅나무, 산사나무, 계수나무들이 저리 크게도 자라는구나’ 하는 감탄은, 주변이 온통 천연수목으로 둘러싸인 길이 4km, 8km의 산책로를 휘돌아 나오는 동안 내내 이어진다.
┃어마어마한 거목들 앞에서 경외감 느껴┃
국립수목원은 이밖에도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에 관한 많은 자료를 전시한 산림박물관, 식물의 석엽건조표본을 비롯해 곤충, 버섯, 산림동물 등의 표본을 소장한 산림생물표본관, 백두산 호랑이 한 쌍을 비롯해 늑대, 반달가슴곰 등의 멸종위기 산림동물을 사육 관리하는 산림동물원을 갖추고 있다. 내부에 식당은 없지만 도시락을 싸와 먹을 수 있는 취식장소가 있고 나무 그늘 아래 벤치 등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어 가족 단위의 하루 나들이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자연훼손 방지를 위해 입장 예약제로 운영되는 국립수목원은 최소 5일 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예약하고 방문해야 한다. 광릉 숲을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에 네 차례씩 무료로 진행되는 숲 해설사의 설명을 신청해 들으면 좋고, 하루 두 차례 100명 제한으로 개방하는 동물원 관람도 함께 신청할 수 있다.
수목원을 나선 뒤 따뜻한 차 한 잔과 맛있는 음식이 그리워진다면 추천할 곳이 두 군데 있다. 수목원에서 의정부 방향으로 나와 작동삼거리를 조금 지나쳐 있는 동이손만두(031-541-6870)는 4가지 버섯과 편육, 야채를 듬뿍 담은 전골냄비에 해초 피로 빚은 손만두를 하나둘 넣어가며 끓여먹는 만두전골이 매우 맛있다. 또한 예전에 ‘고모리 카페촌’으로 유명했던 작동삼거리 안쪽 길로 들어서 1km쯤 달리다가 왼편에 나오는 민들레울(031-543-0981)은 서울 가회동에서 옮겨온 한옥 고택이 독특한 풍취를 자아내는 한정식 및 전통 차 전문점이다. 강원도 점봉산에서 채취해 온 산채가 깊은 맛을 내고, 이름도 독특한 우리 차들을 구름 같은 기와지붕 아래서 마셔보는 것도 이색적인 즐거움을 준다.
국립수목원 홈페이지 www.koreaplants.go.kr / 문의 (031)54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