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서 한 가지 음식으로 오래도록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은 맛 그 이상의 무엇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진보장에 물건을 들고 나온 시장사람들에게 가장 맛있는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한 집을 가리킨다.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그 집이 그만이제’라며 양손도 모자라 턱으로 가리키는 집을 찾아갔다. 시장 초입에 자리한 그 집은 진보장에 들어설 때 ‘도대체 이 집은 영업을 하는건가?’라는 의문을 가졌던 곳이다. 남들 다 있는 문 위 간판도 없이 출입문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서울분식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을 하긴 하는 건가?’ 하며 들어서자 주인 조정희 씨가 먼저 말을 꺼낸다. “국수밖에 안되는데요.”
메뉴판은 없다. 주인아주머니의 설명도 짧다. 뜨거운 국수하고 비빔국수, 콩국수, 칼국수가 전부다. 된장찌개도 하긴 하지만 거의 하는 경우는 없다. 음식을 주문하고 작은 의자에 앉아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면 푸짐한 양의 국수가 나온다. 지단과 오이를 얹은 냉콩국수를 한 입 넣으니 늦더위에 지친 몸에 생기가 돈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혀가 나중에 맛을 알아챈다. 첫 술엔 별 맛이 안 느껴지다가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고소함이 입 안 가득 넘쳐난다.
32세부터 칠순을 반년 앞둔 지금까지 진보시장에서 국수 하나만 삶으며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결혼까지 시켰다는 조정희 씨. 예전에는 장이 서는 날이면 장이 파하도록 2층까지 손님이 가득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릎수술을 할 때쯤부터 장을 오가는 손님들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여전히 장터에서만큼은 최고의 손맛을 인정받고 있지만 예전의 정신없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고. 그의 음식엔 큰 비법이 없다고 한다. 그저 장터에 나온 재료들로 조미료를 최소로 사용한다는 것. 그럼 그 맛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마도 38년 내공의 투박한 손이 아닐까싶다. 청송을 가려면 진보장을 반드시 지나야 하니 급한 길이 아니라면 잠시 들러서 그 손맛을 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경북 청송군 진보면 진안3리 736-40번지
전화 054-874-2495
메뉴 냉콩국수 4000원, 칼국수 3000원, 소면 3000원, 비빔국수 30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8시
안동에서 34번도로를 타고 오다가 진보면 방향으로 죄회전 후 농협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진보시장 입구가 나온다. 진보시장 입구에서 70m 정도 가면 오른쪽 모퉁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