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5일장(3일, 8일)

바다와 내륙의 교역로에 위치한 알짜배기 시골장터

고단함 속에 삶의 희망이 느껴지는 5일장

국내외를 강타한 경제 위기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탓에 풍요롭고 아름다워야 할 계절 가을이 우울하기만 하다. 이런 사정은 농촌이 더욱 심해서 수확의 기쁨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시기이지만 농산물 가격은 폭락해 수익은 커녕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일부 기득권층의 쌀 직불금 파문은 농민들을 더욱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남부 지방에 몇십 년 만의 가뭄이 찾아와 농민들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의령의 사정도 예외가 아니어서 저수지는 이미 바닥을 보인지 오래고, 천수답은 수확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활기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전국 제일의 5일장 중 하나인 의령 장터였다. 단돈 만 원을 벌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좌판을 벌이는 할머니의 거친 손을 보면 힘들다는 한탄이 사치처럼 느껴지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은 얼어붙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다.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재래시장

합천, 산청 등에서 나는 농, 임산물과 진주, 부산에서 나는 해산물이 교역하는 중간에 위치한 의령장은 오랜 역사와 큰 규모, 풍부한 물자를 자랑해서 의령장에 가면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산업화 과정에서 주요 산업도로가 의령을 빗겨가면서 예전 같은 영화를 누리지 못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3대는 먹고 산다’는 말처럼 아직도 의령장에서는 물품의 종류나 규모나 볼거리, 먹거리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알짜배기 시골장 모습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의령축협에서 새마을 금고까지 길이 약 100m 정도 거리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골목에는 지난 1981년부터 상설시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3일, 8일에는 의령 각지에서 몰려든 농민과 장돌뱅이들의 좌판이 더해져 활기가 넘친다.
의령뿐만 아니라 진주, 부산, 산청 등의 상인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농산물, 임산물, 해산물 등 없는 물건이 없어 대형마트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역사가 오래고 모이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장터음식도 발전했는데 그 중 최고는 단연 소고기국밥이다. 큰 가마솥에 사골과 살코기를 넣고 충분히 끓여 국물을 만든다. 여기에 콩나물, 무, 파, 고춧가루, 양념 등을 넣고 푹 익은 살코기와 선지를 곁들여 먹으면 쫄깃하며 국물맛이 일품이어서 든든하고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간식 삼아 먹기 좋은 또 하나의 별미는 망개떡이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고 부르는데 잎에 떡을 싸면 향이 배어들면서 상큼한 맛이 나고,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는다. 장터 안에는 망개떡을 전문으로 하는 떡집에 여러 개 있는데 보통 40개 들이 한 박스에 1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의령식 메밀국수인 소바도 의령 시장 3대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냉소바가 일본식으로 국물에 면을 찍어 먹는 형태라면, 의령 소바는 냉면처럼 한 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수육 대신 짭조름한 쇠고기 장조림을 찢어서 얹은 것도 특이하다.